그녀는 그 무기를 휘둘러 숱한 아카이아 군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가 헬레네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던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용건.<br />그녀에게 말을 걸면 십중팔구는 이런 대꾸가 튀어나온다.
미련 남아 흘깃 돌아본 표정은 언제나처럼 무감하다. 상상한 서글픔은 너 자신의 것 아니냐고 물을 듯이.
스무 해 전, 알메이다 변방의 어느 낮은 성벽 위에서 갓난아이 하나가 떨어졌다.
아니, 노파는 지극히 제정신이다. 지루하고 끔찍한 싸움을 견디는 노련한 전사일 뿐.
후방에서 아들과 아비의 부고를 기다리느니 전장에서 함께 죽겠어요.
전장에서도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태도를 유지하여 이곳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을 들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발을 뺄 수 없다. 그가 온 생을 바쳐 바라는 것이 이 전쟁의 끝에 매달려 있으니...
그림자가 있으니 산 것은 맞는데, 걷는 폼은 꼭 죽은 자처럼 둥실둥실하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감히 최초로 이 전쟁을 노래한 어느 고독한 예언자를 위해.
아, ‘그 여자’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냐고요?<br />그럴리가요. 그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