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Binoche
조 비노슈

모든 선물을 주는 여인


“절망도, 희망도 사실은 양면의 피니언이란다.”



Job
초장이, 잡화상, 공원 관리인, 하녀, 구두닦이…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은 그저 병석에 누운 노인일지라도.
Age
76세
Called
She, Her
Mrs, Teacher
Appearance
이제는 바랜 금빛보다도 흰색에 가까워진 짧은 머리카락을 베개 위로 뉘인 노인은 금방이라도 타르타로스 너머로 돌아갈 것 같다. ―아니, 이제는 타르타로스 너머로 돌아갈 지하조차 없다. 타르타로스는 마물들의 땅이 되었으니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주름과 탄력 없는 피부는 고된 삶을 증명한다. 늘 강인하게만 보이던 얼굴은 이제 오랜 병에 잠식되어 자주 고뇌와 피로를 드러낸다. 그러나 여전하게도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다정히 웃어준다.
서있으면 160 정도 되던 다부진 몸은 나이가 들고 병들며 쇠약한 모습만을 드러낸다. 실용적으로 단단하던 근육은 이미 투병으로 사라진지 오래고, 활기 넘치던 몸짓은 조용해졌다. 고된 일을 해온 사람답게, 주름이 자글하고 거칠어진 피부는 점점 차가워진다. 햇빛에 그을리기도, 해를 보지 못하기도 한 피부는 이제 얼룩덜룩할 뿐이다.
그러나 젊었을 시절과 다르지 않은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그 눈동자다.
조의 깊은 회색 눈동자는 전처럼 빛나고 있다. 단단하고, 강하게. 그 눈을 들여다 보는 순간 당신은 여전히 그녀가 당신이 아는 조 비노슈임을 확신할 수 있다.
Detail
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5년 쯤 전, 전쟁이라는 것이 아직 닥치지 않았을 때.

조는 여느 노동자 집안이 다 그렇듯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조의 부모님은 조가 아주 어릴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집에 들어오는 일이 적었고, 조는 딸린 동생들을 먹이고 부모님을 돕기 위해 가족을 위해 일을 시작했다. 제 또래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함께 놀 시간도 없이 어른들처럼 일을 해왔으므로 자기 희생적인 성격과 성숙한 책임감을 자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일한 조는 초급 아카데미조차 가지 못했고, 살면서 알아야 할 것들은 어깨 너머로 익혔다.

20대에 접어들었을 무렵에는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조 역시 마르코스라는 동네 친구와 가정을 꾸렸고, 자식 여럿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리온과의 전쟁이 발발해 마르코스가 징집되었으므로 홀로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히 조였다. 조는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러나 끝내 전쟁터에서 마르코스가 죽고, 막내 아이만 남겨두고 세 아이가 모두 죽었을 때 조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조는 혼란을 틈타 늦깎이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뛰어나지는 않으나 강인하고 성실한 사람, 그것이 조였기에 아카데미를 나온 조는 자신 같은 아이들을 위해 학당을 열기로 했다. 그것이 서른 다섯 무렵이었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조의 야학은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조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느날 야학에 수도를 지키는 아카이아 군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조를 끌고 가 감옥에 가두었다. 이 이후부터는 지난한 수감과 저항의 이야기다.

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제국민들의 환경 개선과 기초 교육의 정당한 보장, 그를 방해하는 가혹한 노동 환경에 대해 홀로 소리 높였다. 권력은 조를 몇 번이고 좌절시켰다. 조의 학생들은,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조는 포기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는 그 모습에 절망했고, 누군가는 그 모습에 분노했다.

조는 마지막으로 감옥에서 나온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폐병을 앓았고, 이제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주 작은 불씨였으나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것은 불꽃이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사그라들며, 누군가에게로 옮겨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조에 대한 짧은 단편

1. 젊었을 시절에는 노동자로서 실용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짧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해나갔을 것입니다. 체격은 날씬하지 않고, 강한 의지를 담은 표정과 진지한 눈빛이 돋보였습니다.

2. 두 번의 결혼을 했습니다. 첫 남편 마르코스는 일리온과의 전쟁터에서 죽었고 그와 사이에서 낳은 네 아이 중 막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른 나이에 죽었습니다. 두번째 남편의 이름은 알베르토이며, 조용한 성격입니다. 자식은 없고 지금은 조를 간병하고 있습니다.

3. 독서를 즐겼습니다. 아카데미에 다닐 때도 언제나 책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