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존재하는 자
전형적인 "자기 세계만에 빠져 사는 학자." 이곳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히 정기적 교류에는 1년에 한 번만 얼굴을 비추며 학회에도 큰 참여 없이 매사 본인 할 일 하기에 바쁘다. 연구를 함에 있어서는 혼자 있는 것을 지극히 선호하는 편. 그러나 타인과의 교류를 기피하는 수준은 아니다.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으나 그들을 관찰하는 눈썰미는 예리하다. 무엇보다도 학자들이 전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미미한 광기. ─ 학구열이라 칭하기에는 조금 과할지도 모른다. 열정적이지는 않으나 본인만의 목표가 있다. 그 외에는 평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귀찮아 하며- 출근을 하고, 강의를 하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 그에게 혁명의 불꽃 따위는 머나먼 이야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에게 혁명이니, 새로운 국가의 탄생 따위니… 전부 무슨 소용인가?
:: '조 비노슈'와의 관계
어릴 때 알던 사이. 태어나자마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그는 그녀에게 잠시 신세를 졌었다.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헤어져서 알 방도가 없었으나, 세월 흘러갈 수록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안도하던가… 그녀가 수감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 라는 표현에 가깝다. 걱정인가? 그러하다. 아마도.
:: 그에 대하여
아카데미 철학과 교수. 형이상학, 그 중에서도 존재론을 주로 다룬다. 강의 평은 제법 괜찮다고… 뭐. 그래도 초심자에게는 딱히 추천 안 한다고 한다.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인 입문자에게 추천한다고. 흥미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종종 추천장 따위를 써주던가… 그냥, 딱 평범한 교수님. 안 맞는 학생도 있고 괜찮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부모 얼굴도 모르는 전쟁 고아이기에 성씨는 없다. 조 비노슈와 같이 지낸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성씨를 따라가지 않은 것은 제법 의외일지도 모른다. 직위에는 관심도 없고, 성씨 없는 채로 살아도 문제가 없으니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 했다. 유세티스 교수님,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 마땅히 없음. 싫어하는 것은 굶주림. 이유를 물으니 그저 어렸을 때 굶은 기억이 싫다는 이유.
취미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중. 허나 예전부터 산책에 맛을 들었다고 한다. … 언제나 새로운 취미 제안에 대해서는 열려있다.
양손 잡이. 무향무취. 그나마 잔잔하게 느껴지는 눈과 바람, 겨울의 향. 허나 그것도 쉽게 사라졌다.
나, 우리, 자네, 당신 등… 상황에 맞는 적절한 호칭.
일이 없다면 종종 자리를 비운다. 사라진다. 그냥 여행 따위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