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 곱슬 머리가 굽이친다. 짙은 눈썹 아래 올리브색 눈과, 가무잡잡한 피부 위로 점점이 흩뿌려진 주근깨. 마치 별자리처럼.
얼굴만 보면 남쪽 섬의 여느 소녀와 다름 없으나, 가슴 아래로 이어지는 것은 거대한 야수의 몸. 모래색 등허리를 따라가면 양 어깨에 맹금의 날개가 돋아 있고, 꼬리는 쉭쉭거리는 코브라의 형상이다. 아래로 이어지는 네 발 역시 명백한 짐승의 것. 큼직한 발톱은 스치면 찢길 듯 날카롭고, 독사의 이빨은 호시탐탐 목덜미를 노린다.
도저히 인과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모습에 말문이 막히면, 그것은 뜻밖에 낭랑한 목소리로 묻는다. ‘나’는 무엇이냐고.
감히 인간이라 답한 자 없었다.
-여성의 머리, 암사자의 몸, 독수리의 날개, 뱀의 꼬리.
-몸길이 2m, 어깨높이 1.2m, 날개 길이 1m.
-상체에 검은 튜닉을 걸치고, 등 위로 안장을 얹었다.
-잘그락거리는 가죽 주머니를 목에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