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조 비노슈의 제자의 제자 / 개천에 난 용 / 노동계급을 위한 변호사 / 성실함, 깐깐함, 정 많음, 메마른 다정함, 처세가 뛰어남 / 커피하우스 단골
조 비노슈가 설립한 학당의 졸업생이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새로 학교를 설립하고, 그 학교의 한 곳에서 엘윈도 사사했다. 굳이 따진다면 제자의 제자인 셈일까.
출생지는 할리카사 지역 항구 도시 어딘가, 무역선의 하역 작업을 하는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초급 아카데미조차 마치지 못했던 부모와 형제들 틈에서 유일한 개천의 용이다. 으레 가난한 집안이 그러하듯 남자는 연필 쥐는 법보다 신문 배달, 청소, 잡역과 같은 노동을 먼저 배웠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계층 상승의 욕구가 있던 그는 틈틈이 글을 익히면서 야학에 다니길 소망했고, 마침 비노슈의 제자 중 하나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면서 저렴한 학비로 기초 교육을 마쳤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환경은 바뀌는 일이 없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근근히 입에 풀칠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다 신체에 영구적인 장애를 안게 되었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그의 형제를 보며, 엘윈은 대학에 진학해 무언가를 바꾸어 보겠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머리가 좋았고, 제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소년을 안쓰럽게 여긴 그의 선생님이 사설 장학 재단에 그를 추천했다. 전쟁 고아들이 대규모로 양산된 시기에도, 아니, 그런 시기인만큼 하층민의 교육에 뜻을 가진 아카데미 출신의 교육자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들의 지원으로 엘윈은 대학에서 고등 교육을 이수하고 지식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집안 출신의 아카데미 졸업생들과 경쟁하는 일이 버겁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겠으나,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신의를 저버릴 수 없었으니, 적어도 재학 내내 장학금을 놓치는 일은 없었노라 자부한다.
그런 상황이어서인지, 변호사로 개업을 한 이래 글을 읽지 못해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입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대신해 변호를 도맡아왔던 터다. 실상 귀족의 재산분쟁이나 이혼 소송, 유언장 공증 등의… 자잘하고 돈이 되는 일감을 병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테지만!-그러나 솔직하게, 빈민 구제법 외에 노동 계층을 위한 노동법조차 거의 없다시피한 시대에 그들을 위해서만 일하며 먹고 살 수 있던가?-. 어쨌든 그의 사무소는 늦은 시간까지도 불을 밝히고 어려운 사람들의 자잘한 억울함을 듣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스물 한 살 법률사무소의 시보로 시작하여 제가 개업을 한 것이 스물 일곱, 이후 10년을 싸웠다. 본디 할리카사와 남대륙에 머무를 생각이었으나, 은사님의 소개를 받아 처음 맡은 사건을 계기로 동부 브라이어즈위크에 사무소를 차렸다. 그즈음 브라이어즈위크에서 마녀 재판이 열렸고, 배우자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했으나 질시와 편견에 시달려 마녀 재판을 받게 된 한 미망인을 변호하면서 지역 사회에 이름이 나게 되었다. 이후 맡아온 굵직한 여러 사건들은 비단 동부 지역이 아니라도 제국 전역을 돌며 필요한 곳에 어디든 가서 도왔던 그의 흔적이다.
의뢰인에게는 친절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깊은 영역까지는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그의 직업정신인 탓이다. 그래도 맡은 바 업무에는 언제나 꼼꼼하고, 무슨 사건이건 일단 수임하면 최선을 다해 승리로 이끈다.
결혼을 한 적 있다고는 하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는 빛이 바랜지 오래며 누군가는 그가 이혼을 했다고도, 누군가는 사별했다고도 이야기한다. 이에 따로 답한 적은 없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 위해 커피하우스를 자주 가는 편이다. 갓 내린 커피와 신문 읽기를 즐기고, 담배를 종종 피우기는 하나 골초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