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제가 실수했습죠. 그럼요! 다시 하겠습니다! 진중하지 못한 방정맞은 목소리가 들린다. 180 언저리의 사내가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며 허허실실 웃는다. 그러다보니 제법 큰 덩치를 가졌음에도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실속이 없는 것인지, 멋쩍은 얼굴로 허둥거리는 것이 퍽 우스꽝스러웠고 사내의 모양새를 보면 저것은 어수룩한 놈이 맞구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덥수룩하게 기른 갈색 머리카락은 양쪽 눈을 가리고 있어 앞이 보이나 싶을 정도였고, 그 안에 간혹 비추는 투박한 검은색 눈동자는 이리저리 다른 곳으로 굴러가고 있다.
의복은 여기저기 꿰맨 티가 역력하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입었지만 시간은 감출 수가 없다던가. 그 자체가 낡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제가 먼저 하하, 낡아버렸죠? 어쩔 수 없습죠. 그래도 아껴입고 있답니다! 하고 설렁설렁 웃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