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ratio Svinon
아크라티오 스비논

따라해.


“우리들은 들불이다.”



Job
노꾼
Region
카스텔노바
Age
31세
Called
They
Mr.
Appearance
박수 소리가 들린다. 짝! “따라해.” 이번에는 쾅! 내리찍는 발 소리. “우리들은 들불이다.” 발과 손은 멈추지 않고 소리를 내며, 주저않고 나아가라. 우리의 불꽃은 영원하니, 하나의 불꽃이 사그러들면 둘이 불이 되고, 둘이 사그러들면 셋이 불타오르리라. 그리하여 걷잡을 수 없는 큰 불이 되어 그대를 삼킬 것이다! 

…라고 했지. 조금 전의 내가. 난잡하고도 즐거운 서민들의 파티를 한 판 제대로 즐기고 온 그가 한 말이다. 우선 그 담뱃불부터 끄고 말하지 그래. 아, 태운지 얼마 안됐다고. 음악이 시작될 전조가 들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이 친구 벤 스트리트는 처음이라는 거지? 두 팔을 쫙 벌리며 항의하더니, 그럼 ‘나’도 모르겠네! 하는 것이 과하다. 안되겠어, 친구. 손으로 북을 치는 소리. 두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고민하더니 바로 춤판으로 끌고 간다. 오케이, 콘트라베이스 소리 좋고! 북은 더 크게 두드리도록 해, 제이프. 좋아! 이제 내 소개부터 시작하지. 내 이름은 아크라티오. 통칭 ‘엠'이라고 불리지. 보시다시피 화끈한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졌어. (소곤) 어깨를 넘는 곱슬머리에 말이야. (뭐해? 발 놀려. 설마 스텝 하나 밟을 줄 모르는 건 아니지?) 계속할게. 남들보다 훨씬 곱슬거리지만 오히려 그쪽이 특별해서 좋지! 머리야 지금처럼 파란 머리끈으로 대충 질끈 묶이기만 하면 그만인데 말이야. 게다가 난 소년 시절 때부터 덩치가 컸어. 195cm에 이르는 큰 키에, 오랜 육체적 노동으로 남다른 볼륨감의 근육, 적당히 구릿빛이 나는 피부는 말할 것도 없지. 아, 셔츠는 일부러 가슴까지 풀어헤쳐둔 것 맞아. 일할 때 조금 불편해야 말이지. 못 믿겠어? 봐! 난 불편한 옷 같은 건 절대 입지 않아. 땀에 젖은 넓은 품의 흰 셔츠에 뻣뻣한 작업복 바지, 가죽신. 소금 냄새. 근데 전, 아니 그 전, 전전…아무튼 간에 애인들 말하길, 짙은 눈썹과 서글서글하고 축 쳐진 눈매가 좋다더군. 눈도 노란색이라, 마치 일몰에 젖은 들불 같다며 이 각진 턱을 천.천.히 쓸어내렸지. 오, 그외에는 아무 짓도 안했으니 그런 눈빛은 넣어두라고. 어쨌든 간에 나도 내가 잘생긴 거 잘 알아.
Detail
끝난 게 아니냐고? 아, 춤판이 벌어졌는데 술도 마셔줘야 하지 않겠어. 싸구려 와인보다 맥주가 낫지. 이제 책상 위로 올라오라고. 좋아. 친구, 평범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살아 왔었나? 금제와 사슬로 묶인 끔찍한 삶을 말이야. 그딴 건 잊어버려. 식상한 건 화려하게 바꾸고 흥에 겨운 춤을 추자고. 새로운 삶을 살고 다른 세상을 보는 거야. 이곳의 모두는 다 그렇게 살아. 나 역시 그렇고. 원한다면 너를 데려가줄 수도 있어.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불행한 현재는 내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야. 난 어떤 문제를 풀 때 꼭 미래를 생각해. 지금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미-래를. 절대로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아. 마치 불타는 듯이! 현재에서조차 즐거울 수 없다면 미래에서 이루면 되는 것 아니겠어? 

아까 내가 ‘엠'이라고 불린다는 건 알려줬었지. 그건 이 벤 스트리트에서 잘나가는 자들만이 불릴 수 있는 칭호나 다름없어! 벤 스트리트는 좀 싸움이 많고, (꼴딱.) 거칠긴 해도, (꼴딱.) 키햐-, 정이 넘치는 곳이지. 주먹으로 사랑을 전해주는 낭만이 있다니까. 그런 김에 거리의 규칙도 알려주지. 하나, 손님은 춤과 술이 가득한 곳으로 인도하고, 거리에 간섭하려는 놈들에게는 한 손에 환영과 한 손에 자애를 담아 후려칠 것. 둘, 문제가 있다면 문의는 엠 패거리에게. 오, 내가 만든 거 맞아. 쉽게 생각해. 흔히들 말하는 정의로운 자경대같은 개념이지. 우리가 딱히 정의롭지는 않지만. 근데 주민들이 입을 싹 닫아서, 외부인은 나 말고 누가 대원인지도 몰라. 네 옆에서 찐하게 키스하는 우체부 킨도 대원일 수 있겠지, 킨, 연애는 나가서 해! 우리는 주민들 손에서 정리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우리는 주민들을 믿고, 주민들은 우리를 믿지. 하지만 우리를 그렇게 만나는 건 좋지 않을 거야! 하하. 정말로 심상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뜻이니까. 그럼 마지막 세 번째. 여기서 ‘조 비노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야. 그의 학당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렸지. 나나, 여기 사람들은 거길 안 가봤을까? 오, 이러다 내가 먼저 규칙을 깨겠네. 이 이상은 비밀로~

이쯤에서 분위기 한 번 띄워보지. 내가 하는 일은 노꾼이야. 나룻배 같은 거 말고, 범선처럼 큰 배 안에서 노를 젓지. 보통 힘이 필요한 게 아닌 데다 바닷물도 먹기 마련에, 초짜는 금방 그만두기도 해. 그런 점에서 이 일에 적응한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일한 뒤에 걸치는 맥주와 담배는 최고이고 말이야! 뭐, 정말 나룻배는 안 띄우는 거냐고? 안 받는 건 아니야. 대신 데이트 신청으로 알아들을테니 남녀노소 상관 말고 잘 꼬셔봐. 왜, 나도 눈이란 게 있는데. 더 좋은 연인일 수 있는 사람을 택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전애인은 한 다발이라지만 난봉꾼은 아니라고. 난 선을 알아. 대신, 쉿. 그만큼의 대가를 가져온다면 아무도 몰래 몰아주기도 한답니다. 

목걸이가 궁금해? 문신보다? 독특하네. 자, 봐. 유리병 안에 불타는 나무조각이야. 내가 몸에서 떼놓지 않는 게 바로 이 목걸이지. …그렇게 봐도 다른 거 없어. 그 불이 꺼져도 딱히 상관은 없거든. 

북소리도 이제 잦아드는군. 멋진 가이드와 함께한 이야기는 재밌었나? 술과 땀에 찌든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내 삶이고 불이다. 다시 한번 기억해. “우리들은 들불이다.” 이 삶이 꺼져갈 때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마. 친구, 네 의지를 이어줄 동료가 있으니까. 들불은 처음에는 보잘 것 없지만 때를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지. 바이올린을 연주한 하칼도, 우체부 킨도, 식료품점의 카나도 우리를 위한 들불이 될 수 있어. 너조차도. 그러니 주변을 잘 둘러봐.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이 네 ‘동료'일지도 모르잖아?
Relationship

데나리아 에이든

그래, 취재 차 왔다고... 했었나? 이런 친구. 벤에 왔다면 그런 건 상관이 없지! 진심으로 환영한다. 라며 웃음으로 관례가 된 저녁 파티에 초대한 그. 넘치는 술이고 흥겨운 음악이고 다 제각각 즐기기 마련이다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손님, 데나리아 에이든 씨! 아 누굴 위한 파티인데 고작 그런 케이프에 안경이람. 그런 딱딱한 건 잠시 잊어버려! 하고 던져진, 아크라티오의 말에 의하면 '친구를 딱딱하게 만드는' 것들은 정신차려보면 저 구석에 홀라당 벗겨져있고 어느새 책상 위로 올려진 상태. 아크라티오, 아니 통칭 '엠'은 당황한 그를 위해 먼저 시범을 보인다. 그럼 그가 따라하고, (오, 이것도 할 줄 알아?) 다시 시범을 빙자한 춤이 시작되니, 책상이고 의자고 뭐고 가볍게 넘어다니면 엠의 활기차고도 정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돌고, 넘고. 돌고, 오르고. 깔끔하게 바닥에 챡. 착지하면 꼭 붙은 두 사람. 엠은 말한다. "지금 이거 그 타이밍이지?"하다가 텁. 데나리아에 의해 막히고. 그럼에도 즐겁다는 듯 서글서글한 눈이 반달을 그린다. 나 차인 거야? 하면 그쪽에서 대충 얼버무리면 그런 것으로. 가벼운 분위기라면 딱 거기까지였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만 해도 퍽 신나는 일이니까! 대신 다음에 만나면 정말 '친구'로서 만나자고, 친구!
로빈 크로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부부의 아이가 앓아 누웠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다고 생각할테다. 게다가 때는 한밤 중, 거리의 의사는 자리를 비웠으며, 하늘에서는 한창 퍼붓는 빗소리가 나고있었고, 의사들이 가장 많을 카스텔노바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강은 이미 넘치고도 남았다. 그러나 아크라티오, '엠'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신으로 그 강을 건너 엉망진창인 채로 소리를 지른 것이다.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칫하면 강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을 걱정한 다른 의사들은 침묵했다. 오직 낯선 땅에서 온 로빈 크로울리만이 일어나 그와 함께했다. 둘은 우여곡절을 겪고 간신히 강을 건넜으며 늦지 않게 아이의 곁에 닿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짧고도 굵은 질문과 요청.부모와 엠은 그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일이틀이 지나자 아이는 호전세를 보였고 벤 스트리트의 사람들은 그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했으나 로빈은 조용히 떠났다. 그에게 엠은 말한다. 선생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셨으니, 우리 역시 선생님을 돕겠다고. 로빈은 엠으로부터 유일하게 '선생님'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었으며, 이 넓은 국가에서 다시 볼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음을. 그것을 돕는 엠, 아크라티오가 있을 것임을 잊지 말라.
아스트라페 바르카스

날은 또 경사스러운 날. 우리 소중한 '이웃'의 조카가 오늘 혼례식을 올린다지? 아 그런 일에 이 몸이 또 빠질 수가 없지. 하며 뛰어들듯 짐마차에 탐승해 대 자로 누워 가까운 마을로 가는 동안 흥얼거린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끊기는 소리. 그는 어떠한 시선을 느낀다. 저 숲속, 가늠할 수 없는 어딘가에서. 독특하게도 그 시선은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가 참석한 결혼식에서 말이다. 좀처럼 모르겠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는가! 해서 피로연은 뒤로 하고 잽싸게 숲의 안 쪽까지 당도하자, 그제서야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이 아스트라페 바르카스. 자신이 그냥 흘러들어온 사람이라 소개하니 신이 나는 듯 많은 것을 이야기하던 사람. 그리고 외로워하던 사람. 그것을 위로하고 싶었는지, 떠나기 전 시간에 맞춰 그에게 말한다. 이 다음에 자신의 배를 타겠느냐고. 그러니까 - , 외로운 당신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 그러나 그는 거절당하고, 단지 독특한 사람에 대한 기억만이 남아 돌아가는 마차를 다시 탄다. 유감은 없고, 딱히 상심하지는 않았으나. 고요한 숲속의 숲지기를 또 언제 만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랜다.
에멜리아 “라이헨베르크” 슈트라우스

오랜만에 돌아와 거리의 식구들과 이야기 하던 중에, 벽을 돌자, 이런. 지나려던 행인과 부딪혀버렸네! 바로 자연스럽게 가벼이 허리만 잡아 넘어지는 불상사를 막는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미소까지 지으면서. 이런, 실례. 하고 제 나름의 사과의 말을 건네면 저 쪽에서도 그럼, 저도 실례. 하며 제 손을 쳐내고 옷을 턴다. 모르는 얼굴이다. 아하, 손님이시군! 조금 예민한 듯하신 손님이신 것 같지만 말이야. 자신이 그의 옆을 떠나고 저 눈빛이 변한다면 그저 갑작스러운 일에 불쾌했다고 생각할 터이나, 그러고도 눈빛이 변하지 않는다면... 음. 역시 그렇지? 우리네들의 것을 싫어하면서 왜 우리 거리까지 찾아왔는지 몰라. 그러니 에멜리아를 두고 보는 시선이, 아크라티오의 것이 아닌 시선이 그를 쫓아다닌다. (어이, 좀 안 들키게 할 수는 없어?) 낯설지만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닌 손님은 만족스러울 때 떠났다. 어느 날에 있던 해프닝이었다.
우티스

소금 냄새가 베인 해안가의 절벽. 꽃 한 송이도 없이 아주 작은 풀들이 자라난 곳. 동서남북 그 어디를 보아도 수평선이 보이는 그 끝자락의 자리. 하늘과 바다가 노랑과 주홍으로 물들 때. 매시간, 매순간 간단한 짐을 들고 가면 그곳에는 노을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크라티오는 그를 5시에 보기로 하면 4시부터 준비했다. 그에게 나눠줄 평범한 빵 두 개와 치즈 2인분을 챙기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 역시 그 정도면 만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게 누구냐고? 아크라티오의 '친구,' 우티스. 아크라티오는 맨땅에 앉아 그와 함께 저녁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자신이 내지른 환호성을 사랑했다. 너는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 일을 하는 건가. "정말 멋진 일을 하는구나!" 흥분과 호의로 물든 목소리. 그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 기억 중 하나. 과연 그것이 끝까지 '최고'로 남을 수 있을까.

"라티." "그래, 친구."

어디 한 번 시험해보자고.
제이 밀러

그가 일하는 방식은 달리 변화가 있지는 않은 편이었다. 갖가지 일꾼을 모집하는 인력 시장에 가서 그의 기준에 적합한 배의 주인을 만나 이번 항해에서 자신은 몇 퍼센트의 이익을 받는지 합의하는 것. 그렇게 고른 배에 승선하면서 일할 곳과 숙소를 안내받기 전 서로에 대한 예로써 배의 정식 선원들과 그같은 노꾼처럼 임시로 배를 타게 된 이들 간의 마주보고 선 깍듯한 인사. 제이 밀러 역시 그렇게 만나게 된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뒤로는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가 그 자신의 인상을 스스로 바꾼 것은 두 발로 임시 선원들의 구역을 찾아와서다. 반면 일을 하고, 교대하고, 푹 수면을 취하고 나면 체력 회복이 빠른 아크라티오는 허락된 구역을 나돌아 다니길 즐기는 편이었다. 제한되었다, 라는 말은 답답한 감이 없잖아 있으니까! 그러니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처음에는 호의로 시작된 대화. 그러나 만남을 거듭하면서 주제는 달라지기도 했다. 그들의 고향, 배를 타면서 해본 경험, '돌아갈 곳'에 대해서... 항해가 완전히 끝난 뒤 둘은 서로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 넓은 바다의 길에서 다시 마주치길.
카탈리나 바스케스

축제의 도시 몬트레이븐. 아크라티오는 언젠가 그곳을 향해 떠난 적 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축제는 분명 즐거웠으나 이곳 서부까지 와서 사람 하나 사귀지 못하고 간다면 어찌 아쉽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마주친 사람이 바로 카탈리나. 시끌벅적한 인파에도 그를 감싼 공기는 고요함과 적막을 띄었으니 눈이 가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말부터 걸고 본다. 심심해보이는데, 친구. 로 시작해서 이런 날인데 책 속에 파묻혀 살 거야? 가끔의 일탈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이지. 마치 본능처럼! 그래, 이리로 오라고. 카탈리나의 어깨를 잡고 뒤에 서서 저 밖을 봐. 즐거움에 찬 환호성을 들으라고. 오늘 하루만은 어울려주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같은 말로 그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글쎄. 카탈리나가 어떤 반응이었을지. 이후에도 며칠 머무르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카탈리나에게 말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나, 자유로움의 의미. 구속되지 않는 또다른 세상을! 그러니 그것 또한 진심이었겠지. 몬트레이븐을 떠나는 날, 그를 앞에 두고 한 말. '나는 이제 떠나지만, 언제든 당신을 새로운 삶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니 바란다면 그때는 나를 붙들기를. 들불은 빠르게 옮겨가는 법이니.
헤로도토스 칼리오페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겨울의 이 카스텔노바, 그중에서도 벤 스트리트에 흘러들어온 갓 성인이 된 '손님.' 그를 안내하라는 생선가게 주인 아리엘의 부탁으로 인해 헤로도토스와 마주하게 된다. 실례일지 모르나, 처음에는 '젖살도 안 빠진 애를 뭐, 그런 데에 데려가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님은 손님이고, 그는 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니 그에게는 모른 체하며 바로 살갑게 인사한다. "네가 오늘 왔다는 그 손님이구나?"하며 손까지 흔들어주고. 아크라티오는 진실로 자신의 역할에 성실했다. 거리의 주택 양식을 설명하거나 가게와 여관의 위치, 항구로 가는 지름길 등을... 양심상 맥주를 마시고(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하건대 그가 권하지 않았다.) 기묘한 표정을 짓는 그를 두고 잔은 저 멀리로 치워뒀더는 헤프닝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는 역시 바다의 사람. 자신이 일할 배가 정해져 손님을 두고 가게 되자, 독특한 글씨체로 쪽지를 두고는 사라진다. 잘가, 아크라티오. 잘 있어, 헤로도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