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소리가 들린다. 짝! “따라해.” 이번에는 쾅! 내리찍는 발 소리. “우리들은 들불이다.” 발과 손은 멈추지 않고 소리를 내며, 주저않고 나아가라. 우리의 불꽃은 영원하니, 하나의 불꽃이 사그러들면 둘이 불이 되고, 둘이 사그러들면 셋이 불타오르리라. 그리하여 걷잡을 수 없는 큰 불이 되어 그대를 삼킬 것이다!
…라고 했지. 조금 전의 내가. 난잡하고도 즐거운 서민들의 파티를 한 판 제대로 즐기고 온 그가 한 말이다. 우선 그 담뱃불부터 끄고 말하지 그래. 아, 태운지 얼마 안됐다고. 음악이 시작될 전조가 들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이 친구 벤 스트리트는 처음이라는 거지? 두 팔을 쫙 벌리며 항의하더니, 그럼 ‘나’도 모르겠네! 하는 것이 과하다. 안되겠어, 친구. 손으로 북을 치는 소리. 두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고민하더니 바로 춤판으로 끌고 간다. 오케이, 콘트라베이스 소리 좋고! 북은 더 크게 두드리도록 해, 제이프. 좋아! 이제 내 소개부터 시작하지. 내 이름은 아크라티오. 통칭 ‘엠'이라고 불리지. 보시다시피 화끈한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졌어. (소곤) 어깨를 넘는 곱슬머리에 말이야. (뭐해? 발 놀려. 설마 스텝 하나 밟을 줄 모르는 건 아니지?) 계속할게. 남들보다 훨씬 곱슬거리지만 오히려 그쪽이 특별해서 좋지! 머리야 지금처럼 파란 머리끈으로 대충 질끈 묶이기만 하면 그만인데 말이야. 게다가 난 소년 시절 때부터 덩치가 컸어. 195cm에 이르는 큰 키에, 오랜 육체적 노동으로 남다른 볼륨감의 근육, 적당히 구릿빛이 나는 피부는 말할 것도 없지. 아, 셔츠는 일부러 가슴까지 풀어헤쳐둔 것 맞아. 일할 때 조금 불편해야 말이지. 못 믿겠어? 봐! 난 불편한 옷 같은 건 절대 입지 않아. 땀에 젖은 넓은 품의 흰 셔츠에 뻣뻣한 작업복 바지, 가죽신. 소금 냄새. 근데 전, 아니 그 전, 전전…아무튼 간에 애인들 말하길, 짙은 눈썹과 서글서글하고 축 쳐진 눈매가 좋다더군. 눈도 노란색이라, 마치 일몰에 젖은 들불 같다며 이 각진 턱을 천.천.히 쓸어내렸지. 오, 그외에는 아무 짓도 안했으니 그런 눈빛은 넣어두라고. 어쨌든 간에 나도 내가 잘생긴 거 잘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