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커피하우스의 주인이요? 그 커피하우스가 도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사랑받는 존재가 그녀랍니다. 그녀를 모르다니, 이 도시에 처음 오셨군요! 어리숙한 이방인인 걸 들키는 순간, 1 피니언만 남기고 탈탈 털리는 이 냉혹한 도시에 어서 오세요. 자, 제가 친절을 베풀어 그녀에 대해 알려줄 테니 잘 들으세요. 그녀에 대해 말을 얹을 수 있는 순간부터 당신은 이 도시인으로 인정받을 테니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요. 1 피니언만 있다면 그녀의 커피하우스는 당신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준답니다.
그녀가 파는 커피처럼 어두운 갈색 머리는 부드럽게 굽이쳐, 골반보다 한 뼘 정도 위에서 끝난답니다. 빗질은 열심히 하는지 엉킨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낌없이 관리하지는 않는지 귀족 아가씨들 옆에 있으면 그녀도 한낱 상인이라는 게 실감 되어요. 눈썹 앞머리에서 아치까지는 비스듬하게 올라가다가 눈썹꼬리는 또 아래로 내려가기에 강단 있어 보이지만, 사나워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위로 솟은 눈썹이었더라도, 그녀를 보며 사납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을 거랍니다. 그 아래 있는 눈은 끝이 살짝 빠진 것만 빼면, 한없이 유순해 보이거든요. 그녀의 얼굴에서 가장 눈을 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눈이랍니다. 아름다운 색 때문이냐고요? 물론 그 색이 아름답긴 하지요. 그녀가 커피를 내주는, 도자기로 만든 찻잔을 수려하게 장식한 청록빛. 조금 흐리긴 하지만 에메랄드를 닮았다고 불러줄 만하답니다. 하지만 그 진가는 언제나 반짝거리는 눈빛에 있어요. 그녀가 나이에 비해 예닐곱은 어리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해요. 그녀는 언제나 호기심에 눈을 빛낸답니다. 궁금한 게 많은 그녀는 늘 손님들을 붙잡고 수다를 떨어요. 정치, 가십, 경제, 예술, 노동, 당신의 이야기 ···. 그녀가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가 없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지 않는 주제가 없답니다. 주인의 입담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게 커피하우스니, 그녀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 고도의 생존 전략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끝이 올라가 있는 탓에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입도 잘 어울리고요. 아름답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여자랍니다. 어디 귀족 집안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답지만, 그녀는 절대 귀족은 아닐 거예요. 귀족 명부 그 어디에도 셀루가라는 가문은 없으니까요. 160cm의 키에 마른 몸, 노동자 특유의 거친 손이 이미 말해주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입는 옷만 봐도 그래요. 평범한 제국민들이나 입을 것 같은 수수한 단색의, 발목 언저리까지 오는 스커트와 셔츠잖아요. 소매 끝에는 커피나 잉크 같은 것들이 묻어 얼룩덜룩할 때도 있고요. 모든 계층이 드나드니 체면이라도 차리려는지, 위에 항상 챙겨입는 갈색의 조끼는 질 좋아 보이긴 하지만 ··· 잘 관리해도 오래된 걸 숨길 수는 없죠. 어쩜, 떨어진 단추는 좀 같은 걸 구해보기라도 하지. 색까지 다른 단추들이 달려 있지 뭐예요? 그럴 거면 차라리 다 바꿔 달지. 의외로 사정이 아주 궁한 걸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타고난 태생을 어찌 숨기겠나요? 고급 커피하우스로 만들었다면 이미 떼돈을 벌었을 텐데, 고작 1 피니언만 받고 커피를 파는 통에 노동자들까지 그녀의 커피하우스를 드나든답니다. 같은 출신이라 거부감이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교계에 얼굴을 보인 적도 없으니 분명할 거예요. 어머나, 어쩌다 보니 우리의 사랑스러운 그녀에 대해 험담을 한 기분이네요. 내가 그녀를 싫어하냐고요? 절대로 ‘아니요.’.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면 그녀를 싫어할 수 없을 거예요. 언제나 친절한 사람을 누가 싫어하겠나요? 박식한 그녀와의 대화는 언제나 유쾌하고, 다정한 그녀가 건네는 위로는 늘 사람의 마음을 채워준답니다.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 상처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사람 같은 맑은 웃음, 상황에 따라 할 줄 아는 신랄한 농담, 호기심 가득한 모습과 종종 보이는 엉뚱한 면모, 제멋대로 굴며 선사해 주는 작은 웃음까지. 잊지 마세요. 그 허름했던 커피하우스를, 이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하우스로 만든 건 ‘그녀’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