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밤하늘 아래에서 굽이치는 파도, 희게 흩어지는 포말. 그것을 고스란히 지닌 여자가 있다. 검게 물결치듯 허리께로 늘어뜨린 머리칼, 창백한 낯빛. 얇은 눈꺼풀이 열리면, 가는 눈매 사이로 암적색 홍채가 자리한다. 그것은 생동하는 피보다는 이미 죽은 자가 쏟아낸 서늘하고도 딱딱히 굳은 피와 닮아 있었다. 그러니 누가 그를 아름다운 여자라 칭하겠나. 소름끼치는 여자, 묘지에 세운 조각상 같은 여자. 어느 피학적인 피그말리온의 이데아와 맞닿은 갈라테이아, 그것이 마르티나 록히스의 모든 것이다. 밤하늘 아래의 파도를 뒤집어쓴 대리석, 백사장, 창백하고 보드라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 명제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손에는 온기가 한순간도 머문 적이 없다. 까맣게 물들인 소가죽 장갑은 그가 벗어두지 않는, 일종의 타협 불가능한 지점이다. 마찬가지로 목 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옷차림 역시. 암적색의 눈을 제외한다면 어떤 색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 하일스가르드의 장의사, 실상은 사냥터지기지만. 어쨌든 죽은 것의 피 내음과 화약 냄새를 풍긴다는 점에서는 꽤나 비슷하지 않던가. 강박적이고, 강압적인 성미는 그의 말투에서 드러난다. 수사를 덧붙이기보단 본론을, 간결하게. 곱상한 남자아이와 비슷한 정도로 낮은 목소리는, 마르티나 록히스에게 그리 어우러지지 못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다. 어느 곳의 언어적 특징도 없이 교본에 나올 법한 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손가락 세 마디(6cm) 즈음 되는 굽의 끈 달린 부츠,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검은 바지. 그 아래 받쳐입은 흰색 면 셔츠. 날이 춥지 않다면 여기서 끝이고, 바람결이 차갑다면 제 몸보다 품이 큰 검은색의 모직 코트를 걸친다. 굽 있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185cm 즈음 되는 키에다 품이 큰 겉옷은 자칫하면 허수아비처럼 보이기 십상이나, 아직까지 그러한 평을 들은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