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a Lochis
마르티나 록히스

검은 파도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파라고들 하더군요.”



Job
황실 수렵원 관리인
Region
하일스가르드
Age
23세
Called
She
Ms
Appearance
칠흑같은 밤하늘 아래에서 굽이치는 파도, 희게 흩어지는 포말. 그것을 고스란히 지닌 여자가 있다. 검게 물결치듯 허리께로 늘어뜨린 머리칼, 창백한 낯빛. 얇은 눈꺼풀이 열리면, 가는 눈매 사이로 암적색 홍채가 자리한다. 그것은 생동하는 피보다는 이미 죽은 자가 쏟아낸 서늘하고도 딱딱히 굳은 피와 닮아 있었다. 그러니 누가 그를 아름다운 여자라 칭하겠나. 소름끼치는 여자, 묘지에 세운 조각상 같은 여자. 어느 피학적인 피그말리온의 이데아와 맞닿은 갈라테이아, 그것이 마르티나 록히스의 모든 것이다. 밤하늘 아래의 파도를 뒤집어쓴 대리석, 백사장, 창백하고 보드라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 명제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손에는 온기가 한순간도 머문 적이 없다. 까맣게 물들인 소가죽 장갑은 그가 벗어두지 않는, 일종의 타협 불가능한 지점이다. 마찬가지로 목 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옷차림 역시. 암적색의 눈을 제외한다면 어떤 색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 하일스가르드의 장의사, 실상은 사냥터지기지만. 어쨌든 죽은 것의 피 내음과 화약 냄새를 풍긴다는 점에서는 꽤나 비슷하지 않던가. 강박적이고, 강압적인 성미는 그의 말투에서 드러난다. 수사를 덧붙이기보단 본론을, 간결하게. 곱상한 남자아이와 비슷한 정도로 낮은 목소리는, 마르티나 록히스에게 그리 어우러지지 못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다. 어느 곳의 언어적 특징도 없이 교본에 나올 법한 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손가락 세 마디(6cm) 즈음 되는 굽의 끈 달린 부츠,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검은 바지. 그 아래 받쳐입은 흰색 면 셔츠. 날이 춥지 않다면 여기서 끝이고, 바람결이 차갑다면 제 몸보다 품이 큰 검은색의 모직 코트를 걸친다. 굽 있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185cm 즈음 되는 키에다 품이 큰 겉옷은 자칫하면 허수아비처럼 보이기 십상이나, 아직까지 그러한 평을 들은 적은 없다.
Detail
천애고아. 누구에게 거두어졌는지, 어디에서 성장했는지 조차도 그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마도 아주 가까운 곳에 ‘그 여자’, 조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여자에게 글을 배웠으리라, 그리 추측합니다. 얼마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니,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가능한 거짓말이 무엇인지를 전부 가늠한다. 털을 세우고 파르르 떠는 짐승의 숨결에서도 그는 죽음의 전조를 읽어내는데, 인간이라고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는 안다. 자신의 욕망을, 갈망을, 바다 한가운데 뚫린 거대한 해구마냥 깊고 깊은 것의 근원을. 그에게 있어 ‘그 여자’는 기이할 정도로 흥미로운 여자였다. 꺾이지 않는 신념? 그에 미치지 않는 특색? 오, 그래. 그는 그 모든 것을 알고 나서부터 생각하길 시작했다. 제 사냥터에 들락거리던 어느 귀족의 하인이 그 여자의 밑에서 이야기를 듣고, 함께 분노하고, 글을 배웠다는 점이 못내 신기하여 상상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전부다. 흥미. 그리고 들은 적 있는 타인의 이야기.
앞서 소개했듯, 그는 무자비하고 무지하며 무치하다. 그에게 치부를 논한 자는 진작 뺨 한구석에 길게 데인 상흔을 입고 도망쳤으나. 그 공포에 대해서는 무지할 따름이다. 해독 불가능한 사어死語로 적힌 역사서를 늘어놓은 대여섯 살 아이외 비슷한 수준으로 관심이 없다. 그 위에 낙서를 하거나, 잉크를 엎거나, 찢어버린다는 점에서도. 그러나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구석은 몇 가지 존재한다. 첫째, 자신의 몸가짐. 둘째, 말투. 셋째, 짐승의 숨통을 끊는 법. 이것이 전부다. 예외는 전무하다. 타인의 달콤한 음성보다 총성이 기꺼운 여자의 곁에는 어떤 이도 스쳐간 적이 없다. 연정이라는 감정 역시 미지의 언어일 따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누가 ‘제정신’으로 이런 여자의 곁에 서겠는가?
어머니, 에티스 록히스. 그의 유이한 혈육이다. 다른 한 명은 누구인지 묻는다면, 남동생인 시오 록히스, 그 남자아이다. 세 살 터울의 남매는 그리 가깝진 않지만 적당한 선을 지킨다. 모자란 것도, 과한 것도 없다.
아, 그래. 호불호를 잊을 뻔했다. 흐린 날, 돈, 진하게 우린 차를 좋아한다. 독주에 가까운 술, 담배도. 좋아하는 것은 이토록 적으나, 싫어하는 것은 적어도 그 배는 된다. 맑은 날, 비, 시오 록히스, 에티스 록히스, 마르티나 록히스, 그리고 총기 격발 사고로 죽은 제 아비, 히콜즈 록히스까지. 그 외에는 전부 무던하다.
아카데미는 졸업했다. 대학까지 갈 환경도, 열의도 없었기에 그 정도에서 그쳤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평민 출신 치고 과하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는 록히스 ‘남작’이라는 작위를 얻은 상태다. 
Relationship

다이네 브리사스

벌써 일 년 넘게 머무르고 있는 투숙객. 사냥해온 짐승 고기를 제공받거나 예쁜 깃털을 선물받고 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깃털들은 셋째가 모으고 있다.
아스트라페 바르카스

숲지기 동료. 마르티나 록히스는 그보다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아스트라페는 멋대로 그렇개 생각하곤 한다. 둘은 황실의 숲에서 만났다. 하나는 관리인으로, 하나는 귀족이 데려온… 시종으로. (아스트라페: 시종보다는 사냥개라고 해두자!) 지루한 사냥이 이어지는 동안, 둘은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안면을 익혔다.
우티스

작년의 어느 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것'의 다리에 직격했다 믿으며, 마르티나는 발걸음을 옮겼지만…… 글쎄, 그것은 사람이었다. 첫만남이라고 하기엔 기묘한 그 만남은, 우티스에게는 흉터로 남았고. 마르티나에겐 애매모호한 죄책감으로 남았다.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의 정당방위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일지라도.
이드몬 르노 위베르

좋은 거래 상대. 위베르 상회의 물건 중 가죽과 모피가 쓰이는 것은 대부분 마르티나의 손을 거친다. 2년 동안 가죽의 품질이 떨어진 적 없고, 값을 치룰 때 가치를 후려치지 않으니 이 거래를 이어나가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에멜리아 “라이헨베르크” 슈트라우스

"아니라면 됐어요."
에멜리아는 손쉽게 무례한 의심을 했다. 그리고 아니라 하니 그렇게 이야기하고 말았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간에, 평생 그렇게 살아온 여자는 또한 손쉽게 사과도 않고 웃는 얼굴로 지나갔다. 이 얼마나 불편한 사이인지.
제이 밀러

하일스가르드. 모피 무역으로 유명한 서부 도시에 일을 하러 갔다가 알게 된 사이. 더 정확히는 술로 만난 사이라고 할까. 독주를 기울이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사이 상대가 사냥터지기라는 사실을 눈치챈 제이 밀러가 먼저 사격을 배워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자칫하다가는 제 발등을 쏠 것 같은 행태에 사격 수업은 중지되었지만, 그래도 인연이라고 제이 밀러는 가끔 마르티나를 방문해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