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후작가의 셋째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며 사람을 살리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이기도 합니다. 아주 자신만만하던 젊은 시절의 그는 실패를 몰랐으나 목숨을 다루는 일을 택하고서도 한동안 유지되던 그 오만은 빠르게 꺾였습니다. 여러 이유로 사람은 병들고 다치고 죽어갑니다. 그는 뛰어났으나 평범한 인간일 뿐이기에 전능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15년 전, 전염병으로 아이 셋을 한번에 잃었던 것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병의 치료제를 뒤늦게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이미 아이들은 떠난 후였죠. 당시 가문이 가진 땅의 일부를 묘지로 내어놓고 사정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게 제공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성격: 그는 아주 무던하고 염세적인 사람입니다. 말이 많지 않고 표정 변화 역시 거의 없습니다. 묵묵하게 할 일만 할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각상처럼 보이기도 하죠. 귀족이기는 하나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사용하며 답지 않게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합니다. “뱀을 생으로 먹어도 되냐고 하셨습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십시오.”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라 호불호가 갈리곤 합니다. 그가 조금이나마 유하게 대하는 상대를 고르자면 어린아이들입니다.
가족: 아내 아스테리아(46)는 백작가의 차녀로 당연하게도 노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날이 좋은 날이면 아이들과 짧은 소풍을 나온 모습 정도나 보였을 뿐입니다. 그들이 낳은 7남매는 현재 넷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 셋째는 같은 병으로 15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넷째 페레우스(20)는 곧 대학을 졸업하고, 다섯째 라오디케(16)와 여섯째 크리아테스(16)는 성별이 다른 쌍둥이입니다. 일곱째인 막내 클로리스(9)는 아직 품 안의 자식이죠. 감정표현이 인색한 로빈조차 종종 미소 짓게 만드는 아이들입니다. 만일을 위해 병원에는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문: 동부에 위치한 후작가. 로젠펠트 근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넓은 장미 정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작위를 샀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것도 수십년 전의 일입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지금은 첫째 형이 가문을 이끌고 있습니다. 가문의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조카가 한창 후계자에서 가주가 될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던가요. 의사가 되며 독립해 나왔으니 교류가 잦은 편은 아닙니다.
병원: 가장 큰 거리에서 한블록 안으로 들어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로빈의 개인 병원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상주하는 치료 마법사를 비롯해 여러 인원이 근무합니다. 그들이 그가 자리에 없을 때도 환자들을 맡습니다. 환자를 가리지 않고 받으며 자금이 여의치 않은 환자들은 무료진료를 봐주기도 합니다.
조 비노슈: 누군가의 요청으로 몇 년 전 환자와 의사로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태를 보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여겼으나 기대 이상으로 오래 버티고 있는 환자입니다. 언제쯤 부고 소식이 들릴지 한번씩 궁금해 하고는 있습니다.
취미: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즐겨 합니다. 그림 실력 역시 뛰어난 편입니다. 젊은 날에는 술과 흡연 역시 즐겼던 듯하나 지금 그의 생활은 규칙적이고 금욕적이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