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 Crowley
로빈 크로울리

불온한 침묵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Job
의사
Region
로젠펠트
Age
47세
Called
He
Mr. Dr.
Appearance
가장 높이 뜬 해에 가린 그림자 같은 남자가 여기 있습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망토의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채 로젠펠트의 눈 내리는 거리를 익숙하게 걷는 자입니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체격, 190이 넘는 큰 키에 정중하지만 느린 움직임을 가지고 있죠. 온통 무채색 일색인 차림새와 달리 그의 체모와 눈동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금빛입니다. 전신을 가린 채로도 눈에 띄지만 걷어낸 내부가 더욱 화려해 양가감정을 불러 일으키고는 합니다. 분명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어째서 가리고 다니는 걸까 따위의 것이겠죠. 그만큼 섬세하고 단정한 낯은 뭇 호감을 사기에 적합한 인상입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웃어 보인다면 태양과도 같이 빛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죠.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딱딱하게 굳었고 다물린 입술은 쉽게 어떤 말도 뱉어내지 않습니다. 듣기로는 젊은 날에는 잘 웃고 쾌활한 이였다고 하나 이제 와 여전한 것은 해사한 낯 뿐입니다. 먼지가 쌓이듯 세월의 흔적이 약소하게 더해지기야 했겠습니다만 누구도 그 나이로 보지 않는 편이지요. 대부분 지팡이와 왕진 가방을 지니고 다니나 종종 장미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Detail
배경: 후작가의 셋째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며 사람을 살리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이기도 합니다. 아주 자신만만하던 젊은 시절의 그는 실패를 몰랐으나 목숨을 다루는 일을 택하고서도 한동안 유지되던 그 오만은 빠르게 꺾였습니다. 여러 이유로 사람은 병들고 다치고 죽어갑니다. 그는 뛰어났으나 평범한 인간일 뿐이기에 전능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15년 전, 전염병으로 아이 셋을 한번에 잃었던 것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병의 치료제를 뒤늦게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이미 아이들은 떠난 후였죠. 당시 가문이 가진 땅의 일부를 묘지로 내어놓고 사정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게 제공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성격: 그는 아주 무던하고 염세적인 사람입니다. 말이 많지 않고 표정 변화 역시 거의 없습니다. 묵묵하게 할 일만 할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각상처럼 보이기도 하죠. 귀족이기는 하나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사용하며 답지 않게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합니다. “뱀을 생으로 먹어도 되냐고 하셨습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십시오.”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라 호불호가 갈리곤 합니다. 그가 조금이나마 유하게 대하는 상대를 고르자면 어린아이들입니다.

가족: 아내 아스테리아(46)는 백작가의 차녀로 당연하게도 노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날이 좋은 날이면 아이들과 짧은 소풍을 나온 모습 정도나 보였을 뿐입니다. 그들이 낳은 7남매는 현재 넷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 셋째는 같은 병으로 15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넷째 페레우스(20)는 곧 대학을 졸업하고, 다섯째 라오디케(16)와 여섯째 크리아테스(16)는 성별이 다른 쌍둥이입니다. 일곱째인 막내 클로리스(9)는 아직 품 안의 자식이죠. 감정표현이 인색한 로빈조차 종종 미소 짓게 만드는 아이들입니다. 만일을 위해 병원에는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문: 동부에 위치한 후작가. 로젠펠트 근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넓은 장미 정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작위를 샀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것도 수십년 전의 일입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지금은 첫째 형이 가문을 이끌고 있습니다. 가문의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조카가 한창 후계자에서 가주가 될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던가요. 의사가 되며 독립해 나왔으니 교류가 잦은 편은 아닙니다.

병원: 가장 큰 거리에서 한블록 안으로 들어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로빈의 개인 병원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상주하는 치료 마법사를 비롯해 여러 인원이 근무합니다. 그들이 그가 자리에 없을 때도 환자들을 맡습니다. 환자를 가리지 않고 받으며 자금이 여의치 않은 환자들은 무료진료를 봐주기도 합니다.

조 비노슈: 누군가의 요청으로 몇 년 전 환자와 의사로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태를 보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여겼으나 기대 이상으로 오래 버티고 있는 환자입니다. 언제쯤 부고 소식이 들릴지 한번씩 궁금해 하고는 있습니다.

취미: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즐겨 합니다. 그림 실력 역시 뛰어난 편입니다. 젊은 날에는 술과 흡연 역시 즐겼던 듯하나 지금 그의 생활은 규칙적이고 금욕적이기 그지없습니다.
Relationship

아크라티오 스비논

제국은 드넓은 만큼 날씨 역시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아무리 공들여 계획하더라도 자연이 가로막으면 발이 묶이고 마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로빈은 카스텔노바를 떠나기로 한 날 거센 비로 인해 떠나지 못했다. 대신 늦은 밤 강을 건널 의사를 찾는 아크라티오를 만났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엔 상황이 급했다. 환자가 어른도 아닌 아이였기에 더욱 그랬다. 다른 의사들은 망설이는 듯했고 로빈은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채비 후 그를 따라 거친 강을 건너 환자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부모와 아크라티오의 보조에 힘 입어 치료에 전념했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는 위기를 넘겼다. 로빈은 별다른 감사나 답례를 바라지 않았고 일정이 지체된 만큼 곧바로 떠나기로 했다. 구하고자 했기에 구한 것이니 결국 아이는 그들이 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해 언제고 도움을 되돌려 주겠다 했으나 그런 일이 있기야 할까. 아이는 그저 수없이 많은 환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강을 건넌 이만큼은 기억에 남았다. 그러니까 이름이 아크라티오 스비논, '엠'이라 불러달라 했던가?
아델리나 셀루가

로빈에게 브라이어즈위크는 가장 가깝고 큰 약초 재배지 중 하나다. 그만큼 약초에 관련된 용무로 찾거나,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가는 길에 중간 기점으로 방문하는 일이 잦다. 짧게는 하루나 이틀,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유시간을 보낼 곳을 추천 받게 되었고, 가장 유명한 커피하우스인 '필리아'를 찾게 되었다. 이후 여러 번 방문하며 주인인 아델리나와도 안면을 트고 단골손님과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다. 나누는 이야기들은 길지 않고 소소하다. 주로 아델리나 쪽에서 의학이나 약초학 쪽 질문을 하는 듯 하나 가끔은 로빈 쪽에서도 질문한다. 괜찮은 휴식처이자 좋은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있다.
아스트라페 바르카스

13년 전, 북부로 출장을 떠났던 때의 이야기다. 아스트라페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을 때 로빈은 근처를 지나고 있었고, 의사를 찾는 아이의 요청에 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북부의 숲은 위험하다. 마물에 의해 인간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고 현재 시점에서 로빈이 머물렀던 마을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다. 그렇기에 당시에도 보호자를 잃은 아스트라페의 거취를 물었으나 숲에 남겠다 하기에 설득해 또 다른 보호자인 어머니에게로 보냈다. 동행을 거절해 홀로 보내게 된 탓에 도착하면 편지를 보내라 당부했다. 북부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의 편지가 와 있어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편지는 끊겼으나 잘 지내리라고 생각한다.
에멜리아 라이헨베르크 슈트라우스

에멜리아는 그의 오빠인 콘라드와 로빈이 아카데미에서 친해지면서 이어지게 된 인연이다. 상당히 긴 시간 알아왔으며, 같은 도시에 머물다 보니 로빈과 아스테리아가 에멜리아의 살롱에 참석하거나 그가 로빈의 집으로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교류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에멜리아는 과거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려준 적도 있는데 그 초상화는 아이들이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보관된 채로 로빈이 종종 들여다보는 것 중 하나다.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주는 탓에 인기가 좋아 언제나 로빈의 저택에서 환영받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카탈리나 바스케스

과거, 그들이 아카데미를 다닐 당시 카탈리나와 로빈은 다른 의미로 유명인사였다. 많고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유명한 이름 중 하나인데다 오고 가며 마주치는 일이 잦았고 그 때마다 당시의 로빈은 인사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순전히 호의였으나 친했다기보다는 로빈의 일방적인 관심표명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마주침은 졸업 이후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나 로빈이 어디선가 가져온 의료 관련 고서 번역을 맡기기 위해 카탈리나에게 연락하며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헤로도토스 칼리오페

둘의 가장 첫만남은 로젠펠트까지 공연을 위해 온 칼리오페가 감기에 걸리고 로빈에게 왕진 요청이 들어오며 시작된다. 로빈은 왕진을 요청했다던 유명인이 아내가 연주를 들으러 간다던 그 칼리오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나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그가 할 일이었으니까. 적당히 열을 재고, 증상을 묻고 평범한 감기라는 진단을 내린 뒤 약을 주고 돌아왔다. 그러나 얼마 뒤 그가 다시 감기에 걸려 병원으로 두번째 방문을 해 왔다. 로젠펠트의 겨울이 춥다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다시 감기에 걸린 사유가 눈사람 만들기가 즐거워서이고 그 눈사람 중 하나를 선물로 가져오기까지 했다면 더욱. 로빈은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여기는 사람이긴 했으나 선물이니만큼 눈사람은 눈보라에 떨어져버리기 전까지 외부 창가에 며칠쯤 놓여있었다. 대신 말을 잘 듣기로 한 환자에게는 약간 늘어난 잔소리와 잘 듣지만 쓴 약, 사탕 몇개가 주어졌다. 다음에는 다른 답례를 가져오겠다던데, 세번째 방문에는 부디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는 것이 로빈이 바라는 단 한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