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 거만 위선
퀼리아는 상냥한 사람이다. 말투와 표정에는 언제나 잔잔한 웃음기가 서려 있으며, 자신이 피해를 입은것이 아닌 한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적이 없었다. 상냥하고 다정한 미소, 말투, 거기에 유명세까지 더해지니 자비롭고 상냥한 퀼리아님! 아름답고 상냥한 퀼리아 공작부인! 미스 퀼리아! 이쪽을 한번만 봐줘요! 같은 찬사가 따라붙는것도 당연한것이었다. 그런 찬사에 취하기라도 한건지, 간혹 거만해지는 모습 또한 보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도를 넘을 정도로의 모습은 본 적이 없으나 재수없어 보이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허나, 이 모든것이 이미지 관리용 연기라면 어떤 생각이 들것인가? 이해하나? 아니면 유명인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할것인가?
상냥하고 자비로운 퀼리아님! 아름다운데 다정하시기까지! 그 모든 수식어가 모두 진실된 모습은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위선이라고 표현했으나 모든 사람에게는 이중적인 모습이 한둘씩 있으니까, 퀼리아도 그런것뿐이다. 다만 그것이 남들보다 조금 더 분명하게 나뉘는것 뿐… 아마도? 그녀의 뒷면이 아주 어둡고 악랄한 사람인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찬사에 익숙해져 남을 쉽게 깔보거나 속으로 저와 비교했다. 비교했을때, 스스로가 더 잘났다고 생각한걸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비웃고는 다정하고 상냥한 미소로 살갑게 대했다.
“오늘은 밤이 아름답지 않나요.”
퀼리아는 원래 자작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귀족이었으나, 운 좋게 작위가 높은 사람과 결혼해 작위가 높아진 종류이다. 현재는 퀼리아 자작영애가 아니라 공작부인이다. 이에 대해서 몇몇 특이점이 있는데, 퀼리아가 여러번 재혼했다는 점이었다.
결혼 상대는 여자일때도 있고 남자일때도 있었으며, 젊은 청년일때도 있고 늙은 노인일때도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는 대체로 백작이상의 작의가 있거나, 그와 준하는 재산 또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며, 현 남편(공작)을 포함하여 제각각의 이유로 현재 사망한 상태라는것이다.(참고로 현 남편이 사망한것은 꽤 최근의 일이다.)
누구는 부부끼리 여행에 떠났다가 마물에게 습격 당해서, 누구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누군가는 병으로, 누군가는 사고로…
누군가가 죽는다는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유독 그녀의 배우자가 된 이들의 의문이 죽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상함이 느껴졌다. 이에 대해 물으면 퀼리아는 그 진주같이 새하얀 눈에 눈물을 그렁 거리더니 “제가 저주에 받았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고서야 사랑하는 이 모두가 이렇게 비극적으로 죽을리 없잖아요… 제가 대신 죽어서 그들이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할텐데…” 라고 말한다. 사망의 원인이 퀼리아 본인이라면 가식일테고, 정말 우연히 찾아온 불행이라는 이야기일테다
그럼에도 그녀의 인기는 추락할 틈이 없었고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는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란 타이틀까지 생기니 참으로 웃긴 일이다.
아주 유명한 오페라 가수. 오페라에 대해 알지 못해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법 한 유명세다. 16살에 처음 데뷔하여 19살에 알음알음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여 21살에 올림포스에서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 유명세와 인기가 어느정도냐면, 다 허물어져 가던 소극장도 퀼리아의 출연 한번이면 대극장만큼의 유명세로 치솟을 정도였다.
유명 오페라 가수인만큼 유명세 또한 대단했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천상의 목소리, 눈이라도 마주치면 온 마음을 빼앗길것 같은 아름다움… 부정적인 평가로는 남편(아내) 잡아먹은 배우자/마물의 자식- 정도이다. 어느쪽이든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신문 첫면, 혹은 한면에 온통 퀼리아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렸을적엔 조 비노슈에게 글을 배웠다. 그러니 따지자면 옛 스승인 셈이다. 특별한 애착은 없으나 옛 스승과 제자 정도의 정은 있는 편이다.
오페라 가수인만큼 좋아하는것은 노래, 그리고 예술… 조금 더 말하면 바다.
싫어하는것은 덥고 쨍한 햇빛 그리고 무례한 사람이다.
여유가 있을때에는 바다에 자주 갔었다. 단순히 감상뿐만 아니라 롱 드레스도, 하이힐도 전부 벗어던지고 바다 안에 들어가 바다의 온도를 마음껏 즐기는것을 좋아했다. 언제나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나와야 했지만, 더 깊이 들어가는것은 언젠갈 기약하고…
그 이외의 퀼리아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퀼리아의 가족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위로 오라버니 하나, 그리고 퀼리아. 오라버니는 가문을 이어 가주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관심사나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모두 퀼리아와는 정반대였다. 예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노래 또한 재능이 없다. 그대신 퀼리아와 사이가 돈독한 편이며, 퀼리아가 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었다. 퀼리아 또한 그런 오라버니 덕에 이런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