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수가 몬트레이븐 대학의 긴 복도를 걸을 때면 모두가 그를 쳐다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백의 시선이 교수의 ‘하반신’을 향했다. 입었다고 하기보다는, 걸쳤다고 하는 게 나을 스커트가 털로 덮인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하체는 아무리 봐도 산양을 닮은 그것이다. 구두 소리라고 할 수 없는 발굽 소리가 나는 네 개의 다리가 대리석 복도를 누비고 있으면 누군가는 인상을 찡그리고, 누군가는 침을 뱉는다. 또 누군가는 공포를 느낀다. 반면 그런 시선을 받고 있는 ‘데스페론’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 이 광경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카탈리나 바스케스 교수는 몬트레이븐 대학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다. 그 이유는 그녀가 쿼터임에도 불구하고 마물의 특징을 강하게 타고난 것에 있다.
강하고 날카로운 턱선과 고요한 눈매. 짙은 녹색의 눈동자는 강렬하고 신비한 느낌을 주며, 어둠 속에서는 얼핏 빛난다는 생각마저 든다. 항시 땅과 수평을 두는 동공을 가져 속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깊은 눈빛을 통해 많은 말을 한다. 어깨에서 가슴으로, 날개뼈에서 허리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윤기 흐르는 새카만 색이며 종종 고풍스러운 장식핀을 꽂았다. 피부는 타고나기를 어두운 빛이고 그 나이처럼 보이지 않는 뛰어난 이목구비를 가졌으나 귀는 우제목의 그것처럼 미세하게 뾰족하게 보인다. 인간의 것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얼굴마저 이런 실정이라는 뜻이다.
정수리에서부터 앞발굽까지의 키를 재면 165cm가 된다. 앞다리에서 뒷다리까지의 몸 길이는 115cm다. 상체는 학자답게 얼핏 낭창하나 학자이면서도 강하고 유연한 근육으로 단단하다. 그렇게 단련된 신체마저 ‘데스페론’의 것이다. 카프리온의 생김새를 그대로 가져온 하체는 짙은 회황색과 검은색의 털로 뒤덮여 있다. 15cm 가량의 꼬리가 간혹 살랑인다. 뿔이 달리지 않은 것만이 다행이었다.
세밀한 자수로 장식된 흰 셔츠는 목과 손등을 레이스로 덮었다. 몸에 꼭 맞는 벨벳 상의는 늘 어두운 색이다. 짙은 남색, 진회색, 암적색, 짙은 녹색…그런 색만이 옷장에 가득할 것이다. 상의는 반들거리는 금속 단추와 자수로 장식되어 있으며 회중시계를 고정시켜놓은 금속 줄도 보인다. 여러겹의 속치마와 스커트는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다지 길지 않다. 신발은 신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신을 수 없는 것이다. 목을 둘러 떨어지는 로켓 목걸이는 언제나 상의 안에 넣는다. 그리고 손에는 늘 가죽 가방을 들었다. 첨언하자면, 그 모든 것은 세월이 느껴진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침착하며, 무뚝뚝한 어조와 학문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의 강의가 ‘데스페론’의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만석인 이유이기도 하다. 공과 사는 확실히 구별한다.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존대를 사용하나 웃는 낯 보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교육자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