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mon Renaud Hubert
이드몬 르노 위베르

곧 밤이 오리니


“실을 엮을 시간이군요.”



Job
의류상
Region
아슈포드
Age
52세
Called
He
Mr, sir
Appearance
–흑발 백안 / 안경 / 창백한 피부 / 로우테일 / 단정한 옷차림 / 냉랭한 인상, 다양한 표정 / 마른 체형 / 173cm

시릴듯한 순백이 시선을 맞춰온다. 잘 다듬어진 콧수염은 가운데를 비워놓았고, 흑단처럼 검은 머리칼을 흰 비단 리본으로 묶어 늘어뜨린 모습이 퍽 단정하다.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와 마른 체형이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세련된 차림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이리라. 푸른 광택이 도는 쥐스토코르에 슬림한 브리치스를 입고, 스타킹과 깔끔한 구두를 신었다. 173cm라는 그다지 크지 않은 키임에도 비율이 좋아 흠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수로 장식된 맨틀을 걸치고 장갑을 통해 손을 빈틈없이 싸맨 모습은 과하지 않으나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그가 귀족이거나, 적어도 부유한 상인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매일 같이 다른 옷을 입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각 잡혀 잘 다려진 고급 옷과 자국 하나 없이 투명한 안경에서 누군가는 겉모습을 가꿀 여유와 재력을, 누군가는 예민하고 깐깐한 성정을 읽어낸다. 하지만 부드러운 말투와 예의 바른 태도로 만인에게 쉽게 호감을 산다.

냉랭한 인상과 달리 잘 웃는다. 날카로운 눈매가 옅은 호선을 그리면 차가운 분위기는 쉽게 희석된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수많은 표정 사이에서도 드문 무표정만이 진실된 얼굴 같다고 느끼게 한다. 홀로 있을 때만 드러나는 지우지 못한 눈가의 피로 같은 것 말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다시 매끄럽게 웃는다. “너무 깊이 알려 들지 마십시오.” 순백은 결코 투명하지 않다. 맑지 못한 눈은 타인의 읽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Detail
—계산적인, 태연한, 근면한, 신중한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바쁘게 마차를 오른다. 수많은 지역과 나라를 오가며 계약을 따내고, 협상을 체결한 뒤에는 또다시 다음 일터로 향한다. 보잘것없는 노동자에서 제국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부유해진 사내는 늘어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직접 품질을 검토하며 수많은 일거리를 찾아다닌다. 사람과 어울리며 인맥을 쌓고, 누구에게든 친절한 동시에 상대에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을 계산한다. 그가 내미는 것에 공짜는 없다. 겉으로는 그래 보일지라도 말이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고 웃는 낯으로 모욕을 받아내며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평가는 좋든 나쁘든 언제나 하나의 결말에 도달한다. 부유함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 모습은 필사적이기까지 하나, 그를 인정하거나 싫어하는 이들 중 누구도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 유명한 “위베르 상회”의 주인이자 귀족에 버금갈 만큼 큰 장원을 지닌 사업가. 20년간 아슈포드의 염색업과 모직물의 수준을 경쟁하듯 끌어올렸다. 천의 질이 좋아지니 의류의 품질 또한 상승하여 내로라하는 귀족들의 까다로운 안목을 만족시켰고, 실력 있는 장인과 재봉사들을 대거 고용하며 탐욕스레 입지를 넓혔다. 그리하여 이제는 모두가 아슈포드하면 위베르 상회를, 그들의 옷과 천을 떠올리게 해 수많은 플로덴을 벌어들이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해마다 빈민 구호에 기부하는 금액까지 상당했으니, 황제도 이를 치하해 몇 년 전 준남작이라는 칭호를 주었으리라. 실로 매끄러운 미담이 아닌가? 허나 몇몇 호사가들은 이렇게 떠든다. 위베르 상회의 성장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지 않았겠냐고. 황실에 납품되고 있는 옷들이 정녕 품질이 뛰어나다는 이유만 있겠느냐고. 소문의 당사자는 태연히 웃어넘겼을 뿐이다.

본디 염색장이었다가 재봉사를 거치며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자. 실질적인 감각이 뛰어나 제국의 유행에 일조해 왔다. 상품은 주로 귀족을 대상으로 하나, 벌이가 나쁘지 않은 제국민을 위한 상품도 있기에 몇몇 이들은 특별한 날 위베르의 리본을 차며 멋을 부리곤 한다. 

젊을 적 조 비노슈의 학당에 가본 적이 있다. 조는 성실히 학생을 가르쳤고, 이드몬은 몇 번 수업을 듣다가 스승처럼 늦은 나이에 직접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 이후 교류한 적은 없다. 늦게나마 아카데미를 갈 수 있도록 도움받았지만, 딱 그 정도의 거리. 서로에게 스쳐 가는 인연이었을 뿐이다.

독신. 결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 모양. 그러나 아이를 돌보는 모습만큼은 꽤 능숙하다. 양친은 그가 막 열여덟이 되었을 때 사고로 죽은 지 오래고 동생이나 친척도 없어 그가 물러난다면 가장 유능한 이에게 대표 자리를 넘길 예정이다.

한여름에도 살갗 하나 드러내지 않고 싸매 입는다. 아슈포드의 여름이 서늘하기에 그런 것 아니겠냐는 이들도 있으나, 따뜻한 남부 도시에서도 땀 하나 흘리지 않고 단정한 차림새를 유지했다. 특히나 장갑은 어디에서도 벗지 않아 맨손을 본 사람이 거의 없다. 더위에 강하지만 종종 추위를 탄다.

장원과 더불어 커다란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소수의 하인만이 관리해 주고 있다. 누군가를 초대한 적은 드물며, 어쩐지 내부가 미로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아하는 것은 돈, 잘 짜인 천, 말끔히 재단된 옷, 정교한 자수, 차. 그리고 책과 새로운 이야기.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취미는 뜨개질과 자수. 늘 실과 바늘을 들고 다니며 간단한 수선은 직접 끝마친다.

아슈포드 뿐만 아니라 엘리시온 지역 곳곳에 상회의 지부가 뻗어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단독적인 정보망이 형성되어 있다. 가장 멀리 떨어진 지부에서 일어난 일이 반나절 만에 이드몬의 귀에 닿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던가? 누군가는 이를 농담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만… 글쎄.
Relationship

마르티나 록히스

좋은 거래 상대. 위베르 상회의 물건 중 가죽과 모피가 쓰이는 것은 대부분 마르티나의 손을 거친다. 2년 동안 가죽의 품질이 떨어진 적 없고, 값을 치룰 때 가치를 후려치지 않으니 이 거래를 이어나가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아달탄 이라 카라제아

황궁의 연회에서 처음 만난 단골 손님. 최근의 유행과 패션을 공유하며 은근히 제 상품을 추천하면, 이에 혹해 언제나 통 크게 구매해주곤 하니 손이 큰 손님을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시종의 옷을 장식한 세련된 물품이 위베르 상회의 물건임을 알아보는 이도 적지 않다. 언제나 친절한 이유는 그래서이리라.
에멜리아 "라이헨베르크" 슈트라우스

상회의 대표가 로젠펠트에서 가장 유명한 살롱의 주인을 모를 리 있겠는가? 더군다나 황제의 애인이기까지 하다면. 주인의 안목을 만족시킬 옷들을 선물해 살롱의 자격을 얻고, 그를 통해 보다 수월한 인맥을 쌓았다. 에밀리아의 거래가 이드몬의 부에 날개를 달아주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서로가 만족할만한 거래. 여전히 살롱의 단골로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우티스

이드몬은 늘 철저한 시간 계산 아래 일정을 소화하지만, 가끔은 계획이 어긋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차의 바퀴가 빠진다거나, 도로가 막히거나,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재난 같은 사건들로. 그럴 때마다 우티스를 통해 거래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수고비를 더 쳐주는 게 무엇이 어렵겠는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니 신뢰는 착실히 쌓여만 갔다. 
원더 라비린토스

자신의 부를 의심하는 자. 일개 개인일 뿐이나 그 행적은 처음부터 상회의 정보망 안에 있었다. 기어코 저택까지 잠입한 이에게 다음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압박했거늘, 잠입 '만' 을 피하며 여전히 제 주위를 얼쩡거린다. 당장은 지켜보고 있지만, 그 '다음'은 꽤 이르게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카탈리나 바스케스

상인과 고객이자, 저자와 독자. 특수한 옷을 필요로 하는 메타리온 손님을 이드몬은 거절치 않았다. 치수를 재고 재단하며 그를 위한 튼튼한 옷을 만들어 주면서, 이번에는 어떤 책을 출간할 것인지 슬쩍 물으면 본래는 침묵해야할 저자도 넌지시 약간의 개요를 소개해주었다. 서로가 서로의 옷과 책을 마음에 들어 하니 완만한 관계일 수밖에.
퀼리아 마르가타

—미스 퀼리아! 이쪽을 좀 봐줘요!
무대를 메우는 박수갈채를 보라! 이리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 그의 물건은 필연적으로 유명세를 타곤 했다. 가령 아름답게 장식된 목걸이와 반지, 구두처럼. 그중에서도 가장 열렬한 관심을 얻은 것은 드레스이리라. 위베르 상회는 몇 년 전부터 그에게 신상 드레스들을 협찬해왔다. 퀼리아를 통해 엘리시온의 유행이 시작되고, 그 유행을 만드는 것은 이드몬이였으니. 가수는 일일히 무대 의상을 제작할 필요가 없어졌고, 상인은 옷의 홍보를 톡톡히 누렸다. 실로 이상적인 거래가 아닌가?
헤로도토스 칼리오페

어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루미에르의 대극장에서, 불멸의 예술을 노래하는 음악가를. 류트로 은하수를 연주하는 당대의 '칼리오페'를. 상회의 대표 또한 그랬다. 극장과 거래해 4년 전 계약을 따냈을 만큼. 그의 무대에 날개를 달아줄 의상을 위베르 상회가 담당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비즈니스 관계이자 가까운 팬이기도 하니, 가끔 헤르도토스와 이드몬이 함께 평화로이 차를 마시며 쿠키를 나눠 먹는다는 이야기도 거짓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