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당신의 눈만을 믿어. 고루한 편견이나 주위의 평가 같은 건 신경도 쓰지 마. 자, 그러면 이제…
구김살 없이 웃는 표정이 흔한 것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흔치 않은 것은 그 머리칼이다. 밤이면 새까맣고 곧은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미세한 밝음이 보인다. 닉시온의 잔재가 남은 그 머리칼은 숨길 생각도 없이 풀어헤쳐 허리에 닿아 찰랑인다. 메타리온. 그는 스스로를 자랑스레 그것이라 칭했다. 밝고 푸른 눈동자가 기민하게 움직인다. 당신의 표정을 전부 읽고 나면 보조개를 패며 웃는다. 160정도의 키에, 코르셋의 형태가 드러난 롱 드레스를 입고 시선만큼 과격하리만치 빠른 행동을 보이면 그 안으로 언뜻 적게 들어간 패티코트가 보인다.
머리카락을 넘겨 등을 보이면 단색의 살가죽과 근육이 있어야 할 자리에 유리를 발라둔 것마냥 속이 비친다. 척추, 갈비뼈의 뒷면, 폐나 심장의 밑단 같은 것들이. 날개가 붙었을 자리에 대신하여 그 색이 보이는 것인지. 그것 또한 닉시온의 특징이지만 자랑스레 풀어헤친 검은 머리칼과 달리 내보이려 들지 않는다. 어깨와 목은 패여도 등만큼은 답답하리만치 잘 싸맨 옷만을 고른다. 그러나, 가끔. 바로 이번처럼. 고개를 숙이면 경추가 도드라지는 부위를 채 가리지 못하는 드레스를 입은 날에는, 내려앉은 머리칼만 자칫 미끄러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