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머리 / 연두색 눈 / 205cm / 보통 체형
아침 여섯 시, 다이네가 기운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커튼을 젖히고 삐걱대는 창문을 들어올리자 서늘한 공기가 밀려든다. 어깨에 닿지 않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난 옆집 부인과 짧은 담소를 나눈다. 허리는 좀 어떠세요, 아들 시험은 잘 봤대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설 때는 조심해야 한다. 웬만큼 큰 사람도 명함 못 내밀 정도의 신장이라서. 방심했다간 이마가 발갛게 부어오른다.
아침 일곱 시,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준비한다. 나이 제각각인 투숙객들이 눈을 비비며 내려온다. 늦게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이의 방문은 직접 두드리기도 한다. 나른하고 부산스러운 시간이 지나면 점심까지는 조용해진다. 이 틈에 동생들과 일거리를 나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거리는 방치할 수 없으며 식료품 관리도 소홀할 수 없다. 개중 빨래는 언제나 다이네의 몫이다.
오전 열한 시, 치맛자락을 끌며 강가에 가면 온동네 주부들이 모여 있다. 밝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잡는다. 옷감을 적시고 비누를 문대고 때로는 몽둥이로 두드린다. 물기를 쥐어짜고 터는 동안 각종 이야기가 오간다. 요즘의 화제는 역시 결혼이다. 몇 년째 소식도 없는 연인은 그만 버리라는 말을 듣는다. 다이네는 언제나 고개를 내젓고, 입맛 다시는 소리가 따라붙는다.
오후 한 시, 돌아오는 길에 이웃들과 담소를 나눈다. 연두색 눈동자가 태양에 반짝이며 활력을 옮긴다. 이 거리에 다이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간식거리를 사들고서 도착하면 늦은 점심을 들 시간이다. 투숙객 두엇이 낑겨서 첫 끼니를 챙긴다. 이 뒤에는 방문 상인이나 새 투숙객을 상대하고, 빈 객실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눈 깜짝하면 해가 서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오후 일곱 시, 투숙객들이 저녁을 먹고 나면 주민들이 일 층을 차지한다. 온갖 이야기가 오가고 술잔이 채워진다. 다이네는 딱 아홉 시까지만 술을 판매한다. 만취하지 않는 것은 암묵적인 규칙이다. 술통 입구가 잠기면 그때까지의 대화가 아무리 즐거웠어도 나가야 한다. 다이네는 사람들을 부드러이 달래고 따끔하게 꾸짖으며 내보낸다. 투숙객들은 비로소 조용한 밤을 맞고, 열 시가 되면 그들도 일 층을 쓸 수 없다.
깊은 밤, 모든 일을 끝낸 다이네가 식탁에 앉는다. 불빛 아래 글을 쓰고 또 읽는다. 밤산책을 나가서 자정 넘어 돌아오는 일도 있다. 동생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내버려둔다. 그는 그들의 어머니이자 누이이며 선생이었다. 단지 그가 덜 불운하기만을 바랄 뿐이다.